벤처투자계약서알기 (4) – 연대책임 제한

<한국벤처투자협회 표준계약서(2023. 12. 배포)를 기초로 본 벤처투자계약서 내용>

I. 서설

건전한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투자자와 피투자업체 쌍방 간의 이해가 잘 조율된, 공정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벤처투자계약서가 통용된다면, 많은 잠재 창업자들이 창업 동력을 잃고 창업을 포기하거나 투자를 받는 것을 단념할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피투자업체에만 유리한 벤처투자계약서가 통용된다면 벤처투자 수요는 급감하여 자본은 다른 영역의 투자로 빠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벤처투자회사, 벤처투자조합 등의 관할 관청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법령을 정비하고 표준규약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투자자와 피투자업체 쌍방의 이해를 조율하고 있으며, 한국벤처투자협회는 역시 위 쌍방의 이해를 조율한 표준계약서를 제시하는 등으로 건전한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위와 같은 이해 조율의 일환으로 지난 2023년 개정된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중소벤처기업부고시 제2023-31호로 2023. 4. 13. 일부개정된 것)에서 새로이 도입된, ‘연대책임 제한’ 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II.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의 개정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은「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 제2조제11호에 따른 벤처투자조합의 등록 및 관리를 위하여 벤처투자법,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고시’의 형식으로 제정된 행정규칙입니다.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은 비록 행정규칙이기는 하나, 벤처투자법 및 그 하위 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행정기관 내부에서만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효력을 미치게 됩니다.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은 2023. 4. 13. 중소벤처기업부고시 제2023-31호로 일부개정되었는데, 해당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내용이 ‘연대책임 제한’인바, 구체적으로는 제9조 제3항 제2호를 통해 다음의 내용이 ‘금지 행위’에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2. 벤처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투자계약에 따라 벤처투자조합이 투자한 업체가 부담하여야 하는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하여 부담하게 하는 행위.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제3자에게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행위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가. 투자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나. 투자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다.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라. 투자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즉, 원칙적으로 피투자업체(벤처투자조합이 투자한 업체)가 부담하여야 하는 의무는 피투자업체에만 부담시키도록 하여 해당 의무를 제3자에게 연대하여 부담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다만 4가지 열거된 사항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피투자업체가 부담하여야 하는 의무를 제3자에게 연대하여 부담하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법령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형식을 통해 ‘연대책임 부과’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게 된 것은, 그간 투자자들에 의해 행해져 왔던, 부당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함입니다.

피투자업체의 대표이사, 대주주 등과 ‘피투자업체 그 자체’는 법적으로 엄연히 별개의 주체인바, 피투자업체가 부담하여야 할 의무를 해당 피투자업체의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 개인에게 연대하여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한 일임에도, 투자자들은 과거 위험을 헷지(hedge)한다는 명목 하에 투자계약서를 통해 위와 같은 부당한 연대책임 부과를 관행처럼 자행해 왔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연대책임 부과로 인하여, 많은 창업자들이 단 1번의 사업 실패로 인해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큰 빚을 떠안게 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였고, 그 결과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을 꺼리게 되어 창업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위와 같은 법령 개정이 추진되었습니다. 많은 논의 끝에 위 개정 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피투자업체의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에게 광범위하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던 관행은 사라지게 되었고, 위 4가지 열거된 예외 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만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창업자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게 되었습니다.

III. 표준계약서에의 반영 및 실무상 대응

위와 같이 법령이 개정됨에 따라, 한국벤처투자협회는 표준계약서에 위와 같은 개정 내용을 반영해 두었는데, 구체적으로는 피투자업체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부분에 아래와 같이 반영하였습니다.

제15조 (주식매수청구권)
① 회사에게 다음 각 호 사유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는 회사에게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인수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하 “회사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갖는다.
1. 각 신주인수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2. 각 신주인수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3. 제3조 및 별지 1. 투자금의 사용용도를 위반한 경우
4. 제4조 기술의 이전, 양도 겸업 및 신회사 설립 제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5. 제5조를 위반하여 투자자의 동의 또는 3회 이상 협의없이 각 호 사항을 진행한 경우
6. 제7조에 따른 회계 및 업무감사 협조 또는 시정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7. 제28조에서 정한 특약사항을 위반한 경우
②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회사에게 제1호 내지 제4호의 사유가 발생하거나 이해관계인에게 다음 각 호 사유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는 해당 이해관계인에게 인수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를 갖는다.
1. 각 신주인수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2. 각 신주인수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3. 제3조 및 별지 1.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4. 본 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5. 기타 본 계약에서 정한 이해관계인 본인의 의무(본 계약에서 회사와는 별도로 이해관계인 스스로 이행할 책임이 있는 본 계약 제4조, 제5조, 제7조제2항, 제9조, 제10조, 제18조제2항 및 제3항, 제21조제3항의 의무를 의미한다. 이하 같다)를 위반한 경우 
③ (이하 생략)

위 표준계약서 제15조 제2항 내용은 위 개정된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 제9조 제3항 제2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바, 이를 통해 위 4가지 예외적 사항을 제외하고는 피투자업체가 부담하여야 할 ‘주식매수청구권을 보장할 의무’를 (주로 피투자업체의 대표이사 혹은 대주주에 해당하는) ‘이해관계인’에게 연대하여 부담시킬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나아가 실무상으로는, 주식매수청구권 부분에만 연대책임 금지를 명문화 해 둔 위 표준계약서에서 진일보하여, 아래와 같이 ‘계약 전반에 통용되는’ 강력한 문구를 넣기도 합니다.

본 계약의 다른 조항에도 불구하고 본 계약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회사가 부담하여야 하는 의무를 연대하여 부담하는 경우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그 사유 발생에 해당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다.
1. 제2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2. 제3조 및 별지 2.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3. 제6조 및 별지 3.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4. 본 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이는 혹시 모를 법령 위반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계약서 문구를 법령에 맞추어 수정한 것으로서, 법령 개정이 벤처투자 업계 전체에 얼마나 크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것입니다.

IV. 결어

재창업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해 왔던, 그리하여 창업 자체를 꺼리게 만들었던 ‘무분별한 연대책임’이 제한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혹여라도 법령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정 법령 취지에 따라 벤처투자계약서를 적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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