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5. 10. 31. 선고 2025나205452 판결에 대하여>
I. 서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상가 조합원의 주택(아파트) 분양 가능 여부와 그 기준(산정비율)은 수년째 많은 분쟁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5. 10. 31.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25나205452 판결(이하 ‘신반포2차 판결’)은 “상가 조합원의 자산가치 산정비율 변경은 조합원 전원동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는바, 기존의 엄격한 “전원동의 요구” 판결례(방배6구역 사건)와 비교할 때 새로운 축을 형성하는 중간 법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하에서는 (1) 금번 신반포2차 판결 요지, (2) 방배6구역 판례와의 차이점 비교, (3) 실무적 시사점 순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I. 신반포2차 판결(서울고법 2025나205452) — 판결 요지 및 법리 구조
1. 사건의 배경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 제2호 가목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 2. 부대시설·복리시설(부속토지를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의 소유자에게는 부대시설·복리시설을 공급할 것.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가. 새로운 부대시설·복리시설을 건설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기존 부대시설·복리시설의 가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등으로 정하는 비율(정관등으로 정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1로 한다. 이하 나목에서 같다)을 곱한 가액보다 클 것 |
즉, ‘기존 부대시설·복리시설의 가액’과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등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한 금액’을 비교하여, 전자가 큰 경우에는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위 곱하는 계수가 1이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보다 기존 부대시설·복리시설의 가액이 높아야 하는 반면, 위 곱하는 계수가 0.1이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의 10분의 1 금액보다만 기존 부대시설·복리시설의 가액이 높으면 되기 때문에, 위 곱하는 계수(비율)에 따라서 상가 조합원들이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가 여부가 크게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에서는 상가 조합원에게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아파트 분양을 허용하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보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해당 조합은 2020년 창립총회에서 상가 조합원의 주택 공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가합의서를 조합원 71.5% 동의로 승인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후 2022년 정기총회에서 해당 조합은 위 상가합의서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기 위해 (i) 상가 조합원의 ‘최소분양추산액’을 산정할 때 비주거시설의 자산가치를 ‘1’이 아니라 ‘0.1’의 산정비율로 평가하고, (ii) 상가·주택의 수익·비용을 분리하는 ‘독립정산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였는바(조합원 54.7% 동의로 의결), 이로써 종전 상가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분양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구조가 실질적으로 마련되었던 것입니다.
2. 법원의 판결
그러자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권 획득에 반대하는 일부 (아파트) 조합원은, ‘위 정관 변경은 위 도시정비법 시행령 등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은, 상가 조합원의 산정비율을 0.1로 낮추는 것은 아파트 조합원의 분담금·지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항이고 사실상 상가 조합원에게 예외적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실제 의결은 약 54.7% 찬성에 그쳤으므로 정관 변경은 무효라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2심 법원(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어 총회결의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판결(신반포2차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그 핵심 논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1) 2020년 창립총회에서 위 상가합의서가 약 71.5% 찬성으로 승인되었고, 그 내용에는 산정비율 관련 기준 등이 이미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위 정관 변경은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변경을 가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승인된 합의의 구체화에 불과하다.
(2) 위 도시정비법 시행령 규정상 “정관 등으로 정한다”는 문언은 상가 조합원의 분양 허용 기준 중 ‘비율’의 설정을 조합 자치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한바, 해당 ‘비율(0.1)’ 설정은 법령의 강행적 틀(상가 예외 허용 여부)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허용된 예외적 분양의 요건을 자치규범으로 구체화한 것에 해당하므로 정관상 정한 정관에서 정한 의결정족수(통상 출석 과반수·찬성 과반수 혹은 2/3 등)를 충족하면 되고,이를 곧바로 (본질적 조합원 지위 변경에 필요한 ‘전원동의’ 사항으로 끌어올릴 근거는 없다.
(3) 상가를 포함한 복합 사업장에서 전원동의 요건을 과도하게 확대하면 정비사업이 구조적으로 마비될 위험이 있는바, 법령이 자치에 맡긴 영역을 임의로 ‘전원동의’로 상향할 근거는 없다.
3. 기존 방배6구역 판결(대법원 확정)과의 비교
기존 유사한 사례로서 방배6구역 판결이 있었는데, 해당 사건의 경우에는 위 상가합의서와 같은 선행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상가 조합원에게도 아파트 분양권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을 총회에 상정하였고, 해당 안건은 동의율 약 56.8%을 기록하였습니다.
방배6구역 조합은 해당 안건이 가결되었다고 보았으나, 일부 조합원은 그 무효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해당 안건을 ‘도시정비법 시행령이 정한 강행규정(예외 요건) 자체를 변경·완화하고자 하는 안건’으로 보아 이에는 조합원 전원동의가 필요함에도 이에 미달한 이상 해당 총회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즉 과거 방배6구역 판결은, 금번 신반포2차 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분양해 줄 수 있는지 여부 자체를 변경하려 한 사안이었다는 차이가 있으며, 따라서 법원의 결론이 달랐다 할 것입니다. 위 두 판결을 간단히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 쟁점 | 방배6구역 | 신반포2차 |
|---|---|---|
| 핵심 규율대상 | 상가 조합원에 대한 아파트 분양 허용 여부 자체 | 예외적 분양을 위한 기준(산정비율) 설정 |
| 법적 성격 | 도시정비법 시행령의 강행규정 변경 시도 | 시행령이 정관에 위임한 자치규범 영역 |
| 전원동의 필요성 | 필요 | 불필요 |
| 기존 합의의 존재 | 없음 | 창립총회 합의서(찬성 71.5%) 존재 |
| 법원의 인식 | 본질적 지위 변경 | 기존 합의의 구체화·명문화 |
III. 시사점
금번 신반포2차 판결을 통해, 위 도시정비법 규정에 대한 해석이 고도화 되었는바, 향후 정비사업 현장에서 상가 관련 안건을 접할 때는 (1) ‘이 안건이 법령의 강행적 틀(예외 허용 여부)을 건드리는가? – 그렇다면 전원동의 필요 (방배6구역 유형)’, (2) ‘법이 조합 자치(정관)에 위임한 내부 기준·비율 조정에 불과한가? – 그렇다면 전원동의 불요 (신반포2차 유형)’, (3) ‘기존 합의·규약이 존재하는가? – 신반포2차 유형처럼 기존 합의를 정관화만 한 경우 전원동의 필요성은 낮아짐’ 등으로 단계적 검토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물론 신반포2차 사건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상고되어 대법원에 계류 중으로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정리되겠지만, 고등법원이 구체적으로 중간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특히 기존 방배6구역 판결 이후 안건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탐구하지 아니하고 웬만하면 조합원의 전원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하려던 조합 현장 경향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향후 신반포2차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강행규정과 자치규범 등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여 정비사업 실무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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