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계약서알기(5) – 한국벤처투자협회 자율규제 도입에 대하여

1. 자율규제 도입 배경

벤처투자 계약은 투자자와 스타트업 양측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항이 과도하게 포함되어 창업자의 경영 활동을 제약하거나, 반대로 투자자의 법적·경제적 안정성을 지나치게 해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특히 VC 투자는 본질적으로 고위험·고수익 구조임에도, 일부 계약에서는 투자금을 사실상 대출처럼 회수하려는 구조, 창업자·임직원 등에게 개인보증을 강요, 창업자에게 귀책사유를 묻기 어려운 결과적 경영 실패 등에 대한 강제적 조기상환 요구, 상장 실패 등을 이유로 한 과도한 전환가격조정(refixing) 설정, 지분투자가 아닌 프로젝트 수익연동 구조를 강제하여 사실상 사채형 계약으로 변질 등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들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투자자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조항들의 경우, 벤처투자의 취지를 훼손하고 창업자들의 창업 의지를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벤처투자협회(KVCA)는 최근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등과 협력하여 투자자 측의 과도한 계약상 요구를 자제하고 벤처투자의 본질인 지분투자 기반의 성장지원 모델로 회귀하자는 취지에서 벤처투자 자율규제 기준을 마련하였는바, 해당 기준 중에서는 최소한의 공정 기준을 마련하여 “투자계약서에 포함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각종 정책자금으로 조성되는 펀드에서는 그 규약을 통하여, 이자율을 일정 퍼센티지 이상으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위약벌 비율을 제한하는 등으로 유사한 목적의 제약을 가하고 있으나, 이번 글에서는 올해 도입된 한국벤처투자협회의 자율규제 내용을 중심으로 금지 또는 권고 대상 조항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2. 자율규제에서 금지·제한되는 핵심 계약 조항

자율규제 기준에서는, 내부통제기준 내 ‘투자계약 체결 전 위험관리’ 항목의 하나로 ‘투자계약검토’를 중요한 프로세스로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으며, 투자계약검토 기준에 ‘건전한 벤처시장 확립을 위해 계약서에 포함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목록’에 아래 5가지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① 경영성과 지표 등을 이유로 ‘합의된 기간 이전에’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행위

투자계약서상 매출 목표 미달, 영업이익 감소, 특정 KPI 불성취 등 경영성과 지표 등을 이유로 명시된 투자기간 이전에 투자금을 상환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은 자율규제상 부적정입니다. VC 투자는 지분투자로서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는 구조이므로, 성과 미달을 조기상환 사유로 삼는 것은 투자 본질에 위배됩니다.

② 배당가능이익이 없음에도 상환을 강제하거나, 미상환 시 위약벌을 부과하는 내용

상법상 상환우선주(RCPS 등) 상환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가능해야 함이 원칙입니다. 그럼에도 적자 상황에서도 상환을 강요하거나, 그러한 상환이 지연 시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거나 하는 등으로 계약 내용 전체가 사실상 금융권 대출의 형태를 띠는 경우, 이는 ‘벤처투자를 통한 성장지원’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율규제는 위와 같은 내용의 조항을 금지하도록 권고합니다.

③ 이해관계인에 대한 연대책임 강요

창업자·임직원 등에게 투자금 상환이나 계약이행을 개인 보증 또는 연대채무 형태로 부담시키는 조항은 창업자의 혁신활동을 저해하고 부당한 위험전가를 초래하게 되는바, 자율규제상 금지되고 있습니다.

유사한 내용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데(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 제9조, 본 블로그 ‘벤처투자계약서알기(4) – 연대책임 제한’ 게시글 참조), 해당 법령은 기본적으로 피투자업체가 부담해야하는 의무를 창업자 등에게 연대하여 책임지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4개 행위(투자금 납입 조건 미성취임에도 투자금을 납입하게 한 경우, 진술 및 보장을 허위로 하거나 위반한 경우, 투자금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이해관계인 보유 주식을 계약에 위반하여 무단 처분한 경우)에 한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해 행위한 경우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법령의 표현과는 달리, 자율규제에서는 ‘이해관계인에게 과도한 연대책임을 요구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는바, 법령에 비하여 보다 포괄적인 금지로 해석함이 타당합니다.

④ 국내 IPO(상장) 실패를 이유로 주식 가격을 최초 계약가 대비 30% 이상 조정하는 행위

일정한 요건 하에 전환가격을 조정(리픽싱, refixing)하는 조항 자체는 적법, 타당하나, 창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로 과도한 리픽싱을 설정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시장 불확실성, 공모 과정의 외부 요인, 전체 경제 환경 등, 창업자의 귀책이라 보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로 상장에 실패할 수 있는바, 자율규제 기준에서는 “상장 실패 자체를 요인으로 삼아 최초 계약 시 정한 전환가격을 30% 이상 조정하는 조항”을 부적절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⑤ 무담보 CB/BW 신규 인수 방식의 사실상 ‘프로젝트 수익연동형 투자’

무담보전환사채, 무담보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투자는 적법, 타당하고, 나아가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른바 ‘프로젝트 투자’도 그 자체로는 적법, 타당하나, 이를 부당히 엮어 ‘회사에 대한 투자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투자대상을 특정 프로젝트에 전속시키거나 프로젝트 수익에 따라 사실상 확정수익을 받는 구조를 설정하는 것은 벤처투자의 고유 목적을 훼손하므로 자율규제 기준상 제한 대상에 해당합니다.

5. 결론

벤처투자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지분 가치 상승이며,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 위험을 함께 부담해야 합니다. 따라서 벤처투자계약을 차입계약처럼 설계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할 행위이며, 또한 각종 조기상환 설정, 연대책임 부과 등으로 투자자의 리스크를 부당하게 타에 전가하는 것 역시 방지되어야 할 행위입니다.

VC의 자율규제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양측 모두에게 예측 가능하고 건전한 투자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이번 한국벤처투자협회 자율규제 도입은 스타트업 보호뿐 아니라 VC 업계의 신뢰 회복에도 중요한 전환점이라 하겠습니다. 투자계약서 작성 시 위 조항들을 적극적으로 점검하여 방지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 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신뢰를 공고히 하여 모두에게 더 투명하고 건전한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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