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금 지급 후 일방 해제가 가능한 경우에 대하여

부동산 매매 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는, “계약금은 줬는데, 마음이 바뀌면 계약을 깨도 되나요?”입니다. 상식적으로, 계약금을 낸 사람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금을 받은 사람은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함으로써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해약금 규정), 계약금 일부만 먼저 준 경우, ‘가계약금’ 명목으로 100만 원 정도 송금한 경우 등에는 어떻게 처리되는 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 글에서는 ① 계약금 해제의 기본 원칙, ② 계약금 일부 지급 관련 법리(대법원 판례), ③ 가계약금의 법적 성질과 배액배상 여부까지 실무에서 혼동되는 쟁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계약금 해제의 기본 – 민법 제565조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5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계약금을 교부한 경우, ‘다른 약정이 없으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을 교부한 자는 이를 포기하고, 계약금을 받은 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565조를 배제하기로 하는 등의 다른 약정이 있거나(민법 제565조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므로, 계약서에서 달리 정하면 얼마든지 배제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더 이상 계약금 포기나 배액 상환으로 일방 해제는 불가능하며, 합의 해제하거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그에 기하여 해제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할 뿐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툼이 일어나는 부분이 ‘이행에 착수했는가’인데, 대법원은 ‘이행에 착수하였는지는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계약의 본지에 따른 이행행위를 개시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바, 구체적으로는 매수인의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서류 실제 교부 등은 이행의 착수라고 보는 반면, 단순한 자금 준비, 토지거래허가 신청 단계 등은 이행의 착수로 보지 아니합니다.

2. 약정한 계약금 중 일부만 지급된 경우

그렇다면 약정한 계약금 중 일부만 지급된 상태에서 계약을 해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무에서 매우 흔한 상황으로, 계약금 1억 원으로 약정하였는데, 우선 2천만 원만 지급된 상태에서 매도인이 “이미 지급한 2천만 원의 배액인 4천만 원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해약금 산정의 기준은 ‘실제 지급된 금액’이 아니라 ‘약정된 계약금 전액’이므로,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상태에서
그 일부의 배액만 반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명확한 입장입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참조). 계약금의 일부만을 기준으로 배액배상을 허용하면 계약의 구속력이 형해화되고, 당사자가 계약금 액수를 정한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위 예에서 매도인은 실제 지급한 2천만 원의 배액이 아닌 당초 약정한 계약금액인 1억 원의 배액인 2억 원을 지급하여야 일방적 계약 해제가 가능합니다.

3. 가계약금의 법적 성질

실무상 매우 빈번한 일로, 우선 해당 매물을 ‘찜’ 해 놓는다는 취지에서 가계약금으로 100만 원 등 소액의 금원만을 먼저 입금한 경우, 이를 계약금의 일부 지급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가계약(또는 매매예약)이라는 별도의 계약에 대한 계약금으로 볼 것인지 문제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가계약금은 ‘계약금 일부’가 아닙니다. 실무상 가계약금은, 본계약의 계약금 일부 선지급이 아닌 가계약(또는 예약계약)이라는 별도의 계약에 대한 계약금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계약금 총액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00만 원, 300만 원 등 현저히 소액인 경우에는 약정 계약금 일부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해당 금원을 어떤 명칭으로 불렀는가 보다는 당사자의 의사·대화 내용·거래 관행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바, 해당 금원 수수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가 ‘가계약 체결’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럼 가계약금에도 배액배상이 적용될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다만 법리는 조금 다른데, 민법 제565조의 당연한 적용이라기보다는 가계약 단계에서의 묵시적 해약금 약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가계약금 지급자가 변심하면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가계약금 수령자가 변심하면 가계약금 배액 반환하는 내용의 묵시적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가계약금에 대해서는 별도 법리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본 100만 원은 가계약에 대한 계약금이며, 정식 계약 체결 이전 일방이 변심할 경우 지급자는 포기하고, 수령자는 배액을 반환한다. 정식 계약 체결 시 본 금액은 계약금의 일부로 산입한다.”는 내용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놓는다면, 수많은 분쟁을 아주 쉽게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결론

계약금 해제는 이행의 착수 전, 다른 약정이 없는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것으로서,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 해약금 기준은 약정 계약금 전액이며(위 대법원 2014다231378 판결 참조), 가계약금은 대부분 별도 가계약에 따른 금원 지급으로 평가되어 실무상 그 역시 지급자는 포기, 수령자는 배액 반환이 일반적이라 하겠습니다.

결국 분쟁의 승패는 돈의 액수나 명칭이 아니라, 해당 돈에 부여된 법적 의미(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갈린다 할 것이므로, 서면, 문자메시지, 녹음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법적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Posted in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