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계약서 알기(7) – 계약 위반 책임 조항(주식매수청구권, 손해배상, 위약벌 등)의 유효 범위

벤처투자계약서에는 거의 예외 없이 계약 위반 시 책임 조항이 들어가는데, 대표적인 수단은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손해배상, 위약벌(위약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문구만으로는 이 조항들이 상당히 강력해 보이나, 법령상 제약, 입증의 벽, 법원의 감액 실무 등을 모두 고려하면 “실제로 살아남는 수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훨씬 복잡한바,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주식매수청구권이란 간단히 말해 ‘회사 측의 어떠한 투자계약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의 주식을 투자원금에 이자를 붙인 금액 등으로 매수해 줄 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서, 구체적으로는 (1) 회사에 대한 것과 (2) (주로 대표이사나 주요 주주 등 해당 회사의 핵심 인물인) 이해관계인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1) 회사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은 얼핏 가장 직관적인 보장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상법상 제약 때문에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자신이 발행한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주식취득’ 행위이며 따라서 상법 제341조 등 자기주식취득 관련 조항이 적용되는 결과,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만 가능하게 되는데, 주식매수청구를 당하는 회사는 주로 사업이 부진하거나 큰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일반적으로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는 경우에는 회사 측이 투자계약을 위반하더라도 투자자 스스로 큰 이익 실현을 기대하며 분쟁화 하지 않음)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기주식취득의 엄격한 절차에 맞추어 특정 주주의 주식을 매입해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반면 (2)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은 개인의 재산에 직접 집행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서 위와 같은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물론 특정 회사의 주요 주주 중 법인이 있어 해당 법인이 이해관계인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 경우에도 해당 법인 입장에서는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서 위 상법상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투자금 규모가 일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큰 경우가 많아서 모든 금액을 회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구분하여 이해할 것이 있는데, 이해관계인 자신의 위반으로 인한 주식매수청구권과 회사의 위반에 대해 이해관계인에게 연대책임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주식매수청구권은 그 허용범위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해관계인이 직접 진술·보장을 위반했다거나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무단 처분하는 등으로 투자계약 상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직접 위반한 경우에는 연대책임이 아니라 자기 책임의 문제이므로, 법령 상 특별한 제한 없이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 추궁이 가능합니다.

반면 연대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에는 법령 상 제약이 있는데,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 시행령 제36조 제8호 및 중소벤처기업부 고시인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 제9조 제3항 제2호 등 관계 법령은 회사의 위반에 대해 이해관계인에게 연대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해당 위반에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벤처투자법 시행령 제36조(벤처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의 행위제한)
8. 그 밖에 벤처투자조합의 자산 운용의 건전성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거래상의 신용위험을 수반하는 직접적ㆍ간접적 거래로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 제9조(행위제한)
③ 영 제36조제8호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2. 벤처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투자계약에 따라 벤처투자조합이 투자한 업체가 부담하여야 하는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하여 부담하게 하는 행위.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제3자에게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행위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가. 투자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나. 투자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다.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라. 투자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즉, “회사가 계약을 위반했으니 대표가 다 책임져라”는 식의 포괄적 연대책임은 허용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관련하여, 최근 2심 판결이 선고된 어반베이스 vs OO캐피탈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데, 해당 사례는 (계약서에 ‘연대책임’이라는 문언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엄밀히 말하면 연대책임을 추궁한 사례가 아니라 이해관계인에게 직접 책임을 물은 사례라는 평가가 있기는 하나, 회사에 생긴 이벤트에 대해 이해관계인이 책임을 부담한 구조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연대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문제가 된 계약서 문구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다음 각호의 사유가 발견되거나 발생하는 경우 OO캐피탈은 그 선택으로 어반베이스 또는 이해관계인에 대하여 OO캐피탈이 보유하는 어반베이스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어반베이스 또는 이해관계인은 이를 매수하여야 한다.
7. 어반베이스에 대한 해산, 청산, 파산, 회생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워크아웃 등)가 개시되는 경우

해당 문언에 따르면, 어떠한 사유로든 어반베이스에 대해 회생 등이 개시되면 이해관계인은 (해당 회생 등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더라도)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에 응해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해당 이해관계인은, OO캐피탈이 스스로 부여한 신뢰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을 위반한 것이라거나, 이해관계인에게만 위험을 전가시켜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또는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등의 주장을 하였으나, 1심 법원은 해당 주장을 배척하고 OO캐피탈의 손을 들어 주었고, 최근(2025. 12. 18.) 선고된 2심 판결에서도 OO캐피탈 전부 승소 결론이 유지되었습니다.

이로써 OO캐피탈은 2017년 투자한 원금 5억 원에 연복리 15%를 적용한 이자 약 8억 원을 합쳐 약 13억 원을 회수하게 되었는바(해당 이해관계인이 소유하고 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압류를 해 둔 상황이므로 실제 회수가 확실시 되는 상황입니다), “계약 문언을 엄격히 해석한 판결로서, 계약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평석이 가능한 것과 별개로 이것이 벤처투자인가 대여인가에 대해 논란이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 손해배상 청구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가장 교과서적인 수단이지만, 실제 분쟁에서는 거의 항상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증명’ 부분에서 난점이 발생된다는 난점이 있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수단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투자금 회수가 안 됐으니 투자금 전체가 손해다”라는 논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는 시간·비용 대비 실익이 가장 낮은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 등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오히려 예외적이며, 손해배상과 별개로 인정되는 책임인 ‘위약벌’ 조항을 병행 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 위약벌

위약벌의 강점은 명확한데, 바로 손해 발생·손해액 등을 증명할 필요 없이 계약 위반 사실만 입증하면 족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실제 법원 판결까지 가는 경우, 위약벌 금액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일부 금액만을 유효한 위약벌로 인정하여 실질적으로 감액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법원의 감액 태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율이라는 평가와, 많은 벤처투자조합에서 (특히 정책자금이 출자된 벤처투자조합에서) 규약상 위약벌 비율 상한 등이 설정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견 채무자 보호처럼 보이는 위와 같은 감액 태도는 대표이사·창업자의 도덕적 해이 제어 실패, 계약 위반의 실질적 비용 감소, 벤처투자자의 리스크 일방적 확대 등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계약은 지켜야 한다”는 신뢰를 약화시키고 벤처투자 수요 자체를 위축시킬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4. 결론 – 계약 위반 책임 조항은 ‘강도’보다 ‘생존성’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회사 대상 주식매수청구권’은 법령상 한계로 실익이 제한되고, ‘이해관계인 대상 주식매수청구권’의 경우 자기 귀책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나 연대책임은 제한적 사유에 한정되며, ‘손해배상’은 증명책임이라는 제약이 있고, 위약벌은 가장 실무적인 수단이나 감액 리스크가 상존한다 하겠습니다.

결국 좋은 벤처투자계약서는 “강해 보이는 문구”가 아니라 “분쟁 상황에서도 실제로 살아남는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Posted in

댓글 남기기